
사랑이 머물렀던 공간은, 이제 텅 빈 액자처럼 덩그러니 남아있어. 함께했던 온기와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형체를 알 수 없는 투명한 그리움뿐.
마치 물이 빠져나간 텅 빈 어항처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그 안은 텅 비어 왠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
함께 앉았던 소파의 온기, 함께 마시던 커피의 향, 함께 바라보던 창밖의 풍경 속에는 여전히 그의(그녀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듯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생생하지만, 실상은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느껴져 더욱 애달프지.
사랑의 빈자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온몸으로 느껴지는 텅 빈 무게감으로 다가와, 숨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안겨.
이별고통은 마치 깊은 흉터처럼 아물지 않고,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의 파도는 잔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아.
익숙했던 그의(그녀의) 물건들, 함께 찍었던 사진들은, 텅 빈 공간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나며, 부재의 슬픔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상실감정은 마치 텅 빈 방을 가득 채운 먼지처럼, 아무리 쓸어내도 끊임없이 쌓여가는 듯 답답하고 무력하게 만들어.
혼자 남겨진 시간 속에서, 그리움은 마치 형체 없는 그림자처럼 끈질기게 따라붙어. 애써 다른 것으로 채워보려 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텅 빈 마음의 한가운데를 메울 수는 없어.
마치 퍼즐의 잃어버린 한 조각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완성될 수 없는 공허함만이 맴돌 뿐이지.
어쩌면 이 텅 빈 공간은,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다시 채워나가야 할 숙제 같은 것인지도 몰라.
부재의 슬픔을 인정하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의미와 사랑으로 채워나가는 시간.
채워지지 않는 듯 느껴지는 이 투명한 그리움 속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다시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나가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