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텅 비어있던 나의 캔버스 위에, 조심스러운 붓 끝이 새로운 색깔을 얹기 시작했어.
잊었던 설렘의 옅은 분홍빛, 기대감의 부드러운 아이보리색.
정처없는 기다림 끝에 찾아온 이 떨림은, 마치 오랫동안 멈춰있던 시계의 태엽이 감기는 듯,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냈지.
과거의 사랑은 때론 날카로운 칼날처럼 마음을 할퀴고, 사랑의 아픔은 짙은 멍울처럼 남아 쉽게 지워지지 않았어.
이별고통의 시간 속에서, 나는 캔버스를 외면하고 물감들을 굳게 닫아둔 채 지내왔는지 몰라.
사랑하지 말걸 후회하는 어리석은 날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너라는 새로운 색깔은, 굳어있던 나의 물감들을 다시 녹여내고, 멈춰있던 붓을 다시 움직이게 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그림에 대한 희망이 더 크게 느껴져.
서툴지만 정성스러운 너의 붓질은, 나의 캔버스 위에 잊고 지냈던 존재의 가치를 다시금 선명하게 그려주고 있어.
이제, 나는 믿어. 사랑은 상처를 덮고 새로운 그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의 캔버스는 이전보다 더 다채롭고, 깊이 있는 색깔들로 채워질지도 몰라.
다시 사랑, 다시 꿈꿀 수 있게 해준 너에게 고마워. 함께 만들어갈 우리의 미래는, 분명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