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직 지워지지 않은 잉크 자국 위에 덧칠하기

새로운 사랑의 붓을 들었지만, 캔버스에는 아직 선명한 잉크 자국들이 남아있어 망설여져.
깊게 새겨진 과거의 흔적들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고, 새로운 색깔을 덧칠하려 할 때마다 불쑥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해.
마치 오래된 일기장처럼, 페이지를 넘겨도 이전의 이야기가 여전히 눈에 밟히는 것처럼, 아직 남은 그리움은 새로운 시작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가 돼.
과거사랑의 기억들은 때때로 예기치 않은 순간에 떠올라 마음을 흔들어.
함께 웃었던 순간들, 따뜻했던 약속들, 익숙했던 말투와 표정들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져, 현재의 감정에 묘한 파장을 일으키지.
추억정리가 아직 덜 끝난 탓일까, 아니면 익숙했던 감정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는 탓일까.
새로운 사람의 호의와 따뜻함 속에서도, 문득 이전 사람의 모습이 겹쳐 보일 때면 혼란스러워지곤 해.
새로운 감정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고, 혹시나 또다시 잘못된 사랑을 반복하게 될까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도 해.
마치 깨진 조각들을 억지로 맞춰보려 하는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랑에 대한 희미한 기대감 또한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어.
어쩌면 이 새로운 만남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고, 덧나지 않도록 보듬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시간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사랑 앞에서 완전히 마음을 닫아버릴 수 없는 건, 어쩌면 사랑의 본능인지도 몰라.
아직은 조심스럽게 붓 끝을 캔버스 주변만 맴돌고 있지만, 언젠가는 용기를 내어 새로운 색깔을 덧칠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남아있는 그리움에게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사랑이 그려나갈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사랑치료의 시간은 더딜지라도, 결국에는 새로운 사랑으로 인해 마음의 빈자리가 조금씩 채워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